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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어디까지 걸어봤니? - 속리산둘레길 4코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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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6회 작성일 23-04-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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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찬란한 6월의 아침, 속리산 둘레길 4-1코스를 시작한다

전체가 8.9km로 거리가 짧고 편안한 숲길이라니 시작부터 마음이 가볍다

 대원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일단 마을회관이 크고 주차공간이 넓어서 좋다

아마도 내가 다녀본 산촌마을 중에서 마을회관과 주차공간 모두 제일 크고 넓은 듯싶다

마을 입구부터 산촌 두메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는 게 외부 방문객들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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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사이로 마을을 벗어나자 산과 논 사이에 좁은 둘레길이 펼쳐진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논과 둘레길 사이에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논 주인들이 특별히 돈을 들여 설치할 이유가 없으니 둘레길을 만들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뜻으로 설치한 듯싶다

조금 더 가니 좁은 둘레길에 야자매트까지 깔려 있다. 길은 좁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둘레길은 산속 숲길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숲길 역시 잘 관리되어 있다

필요한 곳마다 돌계단을 꼼꼼히 만들어 놓았고 풀들도 정갈하게 잘 깎아놓아서 걷기게 아주 편안하다

조금 더 걷다 보니 갑자기 숲길이 넓어진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한적한 둘레길이고 보니 이 넓고 호젓한 길을 혼자 걸어도 되나 싶다

아마도 오래전에 임도로 만들었다가 지금은 둘레길로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아침부터 햇살이 제법 따가운 날씨 건만 숲 속 길은 걷기 딱 좋을 정도로 쾌적하다

아직 땀이 흐를 정도의 더위는 아니고 습도도 적당하다

꾀꼬리 두 마리가 앞뒤에서 울더니 이번에는 검은등 뻐꾸기가 마이크를 물려받았다

네 박자의 울음소리가 마치 "홀딱벗고"처럼 들린다고 해서 '홀딱벗고 새'라는 다소 외설적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울음소리가 특이하다

네박자가 아니라 가끔씩 세 박자로, 또 아주 가끔은 다섯 박자로 울어댄다

남들은 모두 네박자로 노래하는데 혼자서 세 박자에서 다섯 박자까지 넘나드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녀석은 창의력이 뛰어난 새인가 보다

 그래, 모두가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며 사는 세상, 너 같은 이단아도 있어야 좀 숨이 트이겠다 싶어서 은근히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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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목재에 도착했다. 활목재는 활의 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제부터는 좁은 숲길이 아니라 신작로를 닮은 널찍한 숲 속 고속도로를 걷는다

 길도 넓은 데다가 중간중간에 도로에나 설치하는 반사경과 교통 표지판까지 설치해 놓아서 정말로 숲 속 신작로를 걷는 느낌이다

마치 매연을 내뿜는 오래된 버스가 금방이라도 모퉁이에서 나타날 것 같다그러나 안심해도 좋다

차가 나타날 가능성은 제로인 데다가 길 양 옆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짙고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기 때문에 뜨거운 햇살과 마주할 일도 거의 없다

태양을 가리려고 준비한 모자를 훌떡 벗어버리고 홀가분하게 걷는다

점점 숲으로 들어가면서 이곳의 원래 주인인 나무와 생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소나무와 굴피나무에 이어 굴참나무들이 시원한 군락을 이루고 있고 길가로는 층층나무의 이파리들이 햇살에 부딪히며 찰랑거린다

기린초가 노란 꽃을 내밀고 덩굴 딸기와 복분자, 뱀딸기가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다

길가에는 작은 꽃 으아리가 천연덕스럽게 꽃을 피우고 아카시아를 닮은 너삼도 분홍색 꽃을 조롱조롱 매달았다

일광욕을 나온 게으른 뱀도 두 번이나 마주쳤으나 서로 적당히 무시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아무렴 고요한 숲의 나라에 불쑥 들어왔으니 잘해야 불청객이요 잘못하면 무단 침입자인 셈, 쫓겨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조용히 지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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