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괴리 둘레길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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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이 숨겨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소중한 체험입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깝던 하늘이 어쩐지 높아 보이던 8월 첫날~
산능선으로 넘어가는 해넘이를 보고 싶어 하괴리로 향했습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노을 사진과 함께
도종환 시인의 "저녁노을" 시 일부를 올립니다.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 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스러져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
동살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며 최후의 우리도 그렇게 저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간이기를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하늘 위에 마지막 순간까지
맨몸으로도 찬연하기를
도종환님의 저녁노을 중에서
- 다음글초록으로 출렁이는 8월의 둘레길 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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